
즐거운 추석이나 설 명절이 지나고 나면 척추ㆍ관절 통증을 호소하며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그중에는 “명절 음식만 먹고 나면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단순한 근육통이나 디스크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명절 음식 섭취 후 나타나는 허리 통증은 과식과 소화기 부담, 복압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할 수 있다.
명절 음식 섭취 후 허리 통증이 나타나는 원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요인을 고려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과식으로 인한 소화기 부담이다. 명절 음식은 대체로 기름지고 고칼로리·고단백인 경우가 많아 평소보다 많은 양을 섭취하기 쉽다. 소화기관에 부담이 커지면 위장관에 음식물이 정체되고 가스가 차면서 복부 팽만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복압이 높아지면 장기 뒤편에 위치한 요추와 골반 주변 근육인 요대근, 다열근 등에 영향을 미쳐 허리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소화기관과 요추 신경 분절 사이의 연관성이다. 소화기 장기들은 자율신경계를 통해 요추 신경 분절과 신호를 공유한다. 과식이나 체기로 위장, 담낭, 췌장, 장관 등에 과도한 자극이 발생하면 해당 신호가 척수로 전달돼 같은 신경 분절을 공유하는 허리와 등 주변 근육이 긴장하면서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 번째는 단기간의 체중 및 복압 변화다. 짧은 기간 과식으로 체중이 증가하고 복부가 앞으로 나오면 척추의 전만이 커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요추 뒤쪽 관절면인 후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지면서 허리 통증이 악화될 수 있다.
네 번째는 한의학적 관점에서의 식적(食積)이다. 한의학에서는 과도한 기름진 음식과 음주 등으로 체내에 식적이 형성되고, 소화되지 못한 노폐물이 습열(濕熱)로 변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식적과 습열이 비위(脾胃)의 운화 기능을 방해하고 기혈 순환을 저해하면 척추 주변 경락인 족태양방광경, 족양명위경 등에 영향을 미쳐 통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식적요통(食積腰痛)으로 설명한다.
식적요통을 치료할 때는 단순히 허리 주변 근육의 통증만 다루기보다 통증의 원인으로 볼 수 있는 소화기의 식적을 해소하고 기혈 순환을 돕는 방향으로 접근한다.
침구 치료와 부항 요법에서는 허리 주변의 척추협척혈(華佗夾脊穴), 곤륜(崑崙), 위중(委中) 등 요통 관련 혈자리와 함께 소화기 기능을 조절하는 중완(中脘), 족삼리(足三里), 내관(內關) 등의 혈자리를 병행해 치료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복압과 식적 완화를 위한 복부 침치료나 등 부위 족태양방광경에 대한 사혈 부항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한약 치료는 식적을 해소하고 습열을 배출하며 소화 기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둔다. 평위산(平胃散), 보화환(保和丸), 향사평위산(香砂平胃散) 등을 기본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허리 통증과 근육 긴장이 심한 경우에는 독활, 우슬 등 척추 주변 경락의 소통을 돕는 약재를 함께 활용할 수 있다.
추나치료는 과도한 복압이나 장기 긴장 등으로 나타난 요추 구조와 골반의 불균형을 살피고 이를 조절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복부 장기 이완 기법을 병행해 위장관의 긴장을 완화하면 내장과 근육 사이의 반사 작용으로 인한 요통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약침치료는 척추 주변의 한열(寒熱)과 염증 상태 등을 고려해 소염약침이나 중성어혈약침 등을 기해혈, 요양관, 소화기 배유혈 등에 시술해 소화기 기능과 통증을 함께 관리하는 방식으로 시행할 수 있다.
명절 후 허리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도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소식(小食)과 담백한 식단으로의 전환이다. 명절 직후에는 3~5일 정도 소화가 잘되는 담백한 식단을 유지해 위장관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식후 바로 눕지 않는 것이다. 식사 직후 눕는 습관은 복압을 높이고 위장 운동을 저하시킬 수 있어 허리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식후에는 20~30분 정도 가볍게 걷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세 번째는 따뜻한 찜질이다. 핫팩이나 온찜질을 복부와 허리에 활용하면 주변 근육의 긴장을 완화해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네 번째는 가벼운 스트레칭이다. 고양이 자세나 복부를 부드럽게 이완하는 격막 호흡 등을 통해 복압을 조절하고 척추 주변 근육의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좋다.
수원 본율한의원 윤경섭 진료원장
이 글은 2026.09.23 메디소비자뉴스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