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장마로 습한 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실내 냉방장치는 더욱 차가워진다. 여름철 직장과 가정에서 에어컨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무릎이나 어깨, 손가락 마디가 쑤시고 결리는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분명 계절은 삼복더위인데 관절만큼은 한겨울처럼 시리고 뻣뻣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름철 냉방 관절통, 한의학에서는 여름철 더위로 인한 병증을 양서(陽暑)와 음서(陰暑)로 구분한다. 양서가 뜨거운 햇볕에 장시간 노출되어 발생하는 일사병과 같은 상태라면, 음서는 더위를 피하고자 찬 바람이나 찬 음식을 과도하게 접하면서 몸속에 찬 기운이 쌓여 발생하는 병증이다.
여름에는 땀구멍이 열려 체내의 열을 밖으로 배출하려 하는데, 이때 에어컨의 찬 공기에 오래 노출되면 피부와 혈관이 수축하면서 기혈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한기(寒氣)와 습기(濕氣)가 경락을 침범해 통증을 일으키는 비증(痺證)으로 설명한다. 즉, 찬 기운과 습기가 관절 주변의 근육과 인대를 굳게 만들고 혈액순환을 방해하여 통증과 경직을 유발하는 것이다.
한의학으로 풀어내는 냉방 관절통의 치료법으로는 냉방으로 굳어진 관절을 다스리기 위해 몸의 음양 균형을 회복하고 찬 기운을 몰아내는 온경산한(溫經散寒) 치료가 적용된다.
첫째, 침ㆍ뜸 치료다. 관절 주변의 주요 경혈에 침을 놓아 경락의 기혈순환을 촉진하고, 침 치료와 함께 따뜻한 자극을 주는 뜸 치료를 병행하면 관절 깊숙이 머물던 한기가 풀리면서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둘째, 약침 치료다. 항염 및 기혈순환 개선에 도움이 되는 한약 성분을 추출한 약침을 통증 부위에 직접 주입하여 근육과 인대의 염증 반응을 줄이고 회복을 돕는다.
셋째, 한약 치료다. 몸속의 냉기와 습기를 제거하는 오적산(五積散), 기력을 보충하면서 비위 기능을 회복시키는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허약한 체질을 따뜻하게 보하는 소건중탕(小建中湯) 등을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맞게 처방하여 활용한다.
냉방 관절통은 일상 속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관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평소의 체온 관리다. 우선 실내외 온도 차를 너무 크게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에어컨 설정 온도는 실외와 5℃ 이상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고, 될 수 있는 대로 26℃ 안팎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에어컨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긴소매 카디건이나 얇은 담요를 활용해 어깨와 무릎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평소에 차가운 음료 대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생강차나 계피차 등 따뜻한 성질의 차를 마시면 혈액순환을 돕고 몸속 냉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퇴근 후에는 약 40℃의 따뜻한 물로 15~20분 정도 족욕을 하거나 통증이 있는 관절 부위에 온찜질을 해주면 수축한 혈관이 이완되고 근육의 긴장이 풀려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여름철 관절 통증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 생기는 증상이 아니라, 과도한 냉방으로 인해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냉방이 필수인 계절일수록 몸을 적절히 따뜻하게 유지하는 작은 습관이 건강한 여름을 보내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본율한의원 고기완 대표원장ㆍ한의학박사
이 글은 2026.07.23 메디소비자뉴스에 기고한 칼럼입니다.